확실히 김진명의 소설에는 픽션적인 요소가 강하다. 그래서 혹자는 '판타지'가 아니냐고까지 한다. 나 역시도 이러한 의견에 일부 공감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감하지 않는다.
이 책의 경우에도 그는 존재하지도 않는 사서를 등장시키고 스스로 사학자로 분을 하고 나와 자신의 주장을 내세우고 있다. 그런 그가 말하는 것은 우리 한민족이 고조선이 아닌 그보다도 훨씬 앞선 시대에 존재했던 '한'이라는 국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우리가, 아니 내가 아는 바로는 우리 민족은 '고조선'에서 출발하였고, '한(韓)'이라는 글자는 과거 삼한(마한,진한,변한)에서 유래된 것이다. 글쓴이는 이러한 기존의 역사에서 벗어나 고조선 이전의 역사, 즉 한국의 고대사를 파헤치고자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왕부'라는 초한 말의 학자가 지은 '잠부론'이라는 책을 발견하였고, 이책에서 위의 주장에 관한 단서가 될만한 글귀를 접하게 되었던 것이다. " 한후는 연나라 부근에 있었다.. 차츰 한(韓)의 서쪽에서도 한씨 성을 갖게 되었는데 그 후예는 위만에게 망하여 바다로 건너갔다.. " 라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이 내용이 얼마나 확실한 것인지는 모르나 '잠부론'이라는 책이 실제로 존재하고 위와 같은 내용이 나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이 점에 관해서는 거짓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이 책의 내용에 관해 많은 논란이 있고, 나 또한 역사학자가 아닌 한국 고대사에 무지한 한 명의 독자로서 이 책의 내용을 얼마나 신뢰해야 할지는 판단지 잘 서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글쓴이가 말하는 '우리의 한(韓)은 어디서 시작되었나?'하는 발상은 충분히 유효하고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옳고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한(韓)'의 유래에 관한 수수께끼는 풀지 못했으나, 이 책을 통해 '뿌리찾기'의 중요성은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것이 많은 허구와 논란으로 가득찬 이 책을 단순히 판타지로 취급할 수 없는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그런 점에서 나에게는 허무맹랑하기보다는 신선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