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콩을 주제로 한 영화만 해도 벌써 몇 번째인지 가늠이 안 간다. 결국엔 그 킹콩이 그 킹콩인데 이렇게까지 많은 영화가 나오는 걸 보면 사람들이 괴수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로망 같은 게 있나? 싶을 정도다.
그래도 최근에 와서는 CG도 상당히 발전해서 확실히 부수는 재미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 마침 넷플릭스에서 콩: 스컬 아일랜드(2017)를 시청할 수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새로운 콩을 만나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영화의 시작은 제2차 세계대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던 1940년대. 한창 태평양 전쟁으로 격돌하던 미국과 일본의 조종사가 어느 섬에 불시착하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이미 비행기가 추락해서 싸울 의미조차 없어진 상황에서도 끝까지 서로를 죽이겠다고 달려드는 멍청한 미군과 일본 사무라이쿤.. 쫓고 쫓기는 추격전 끝에 함께 뒹굴면서 종지부를 찍으려는 순간, 거대한 콩이 등장하면서 갑자기 영화의 배경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으로 점프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괴생명체를 쫓아다니는 '모나크'팀의 일원인 랜다(존 굿맨)와 그의 동료는 전 세계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미지의 섬 스컬 아일랜드를 발견하고, 마침 베트남에 주둔 중이던 패커드 중령(사무엘 잭슨) 부대의 도움을 받아 탐험에 나서게 된다.
진짜 목적이 뭔지도 모르고 도착한 부대원들은 거대한 콩을 만나 그야말로 개박살 나고 만다. 열 받을 대로 받은 패커드 중령은 죽은 부하들의 복수를 위해서 킹콩을 죽이고 말겠다는 광기를 보이기 시작하는데..
그러려면 일단 흩어진 일행들부터 모아야 하는데, 섬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거대한 고생명체들의 위협으로 그마저도 쉽지 않다. 합류 과정에서 또다시 많은 부대원이 목숨을 잃지만 결국 다시 상봉하게 된 탐험대+미쿤 부대.
탐험대는 한 시라도 빨리 섬을 벗어나고 싶어 안달인데, 이미 이성을 잃은 패커드 중령은 어떻게든 킹콩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난리를 피운다. 결국 패커드 중령은 본인이 바라던 대로 저 세상에서 부대원들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끝이면 다행인데 문제는 탐사대의 헛짓거리(콩을 불러내려고 섬에 폭탄 뿌리고 다님) 때문에 지하세계에 잠들어 있던 콩의 적들이 깨어났다는 거다. 하여간 탐험대란 사람들이 꼭 문제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아무튼 생긴 건 꼭 도마뱀 같이 생겨서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스컬 크롤러'란 괴생물체가 등장하는데, 사실상 콩 스컬 아일랜드의 최종 보스 격. 비주얼만큼이나 포악하고 살벌한 괴수지만, 주인공인 콩을 꺾기에는 역부족.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일단 콩은 주인공이고, 괴수 영화에서 주인공이 죽는 법이란 없으니까^^
아무튼 우리 콩이 '스컬 크롤러'를 때려잡으며 다시 섬은 평화를 찾게 되고 모나크 탐사대를 비롯한 살아남은 부대원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아주 뻔한 스토리~
<콩: 스컬 아일랜드(2017)>는 사실 '몬스터버스'라고 불리는 괴수 세계관 영화의 2번째 작품이다. 2014년 <고질라>를 시작으로 일본의 도호 영화사의 고질라 시리즈와 유니버셜의 킹콩 시리즈가 메인이라고 보면 된다.
몬스터버스는 결국 콩 vs 고질라를 다시 현대적으로 재현하는 게 최종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러기 위해서 2014년 고질라에 이어서 2017년 킹콩 영화를 뽑아내지 않을 수 없던 거다. 뭐 이런 건 어디까지나 배경 지식이니까 그냥 참고만 해도 될 것 같다.
전반적인 스토리는 킹콩 영화를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예상할 법한 수준(섬에 간다 → 킹콩을 보고 놀란다 → 싸운다 → 몇 명만 겨우 살아남는다 → 콩의 경이로움을 느낀다. → 무사히 귀한)으로 진행되긴 하지만, 놀라운 CG의 발전 덕분에 괴수들의 싸움 장면이 과거에 비해 훨씬 퀄리티가 높아진 덕분에 영화 자체는 꽤 흥미진진한 편.
거기에 마블의 2대장(로키 역의 톰 히들스턴, 애꾸눈 닉 퓨리 역의 사무엘 잭슨)이 메인 캐릭터로 참여해서 배우를 보는 재미도 있다. 그렇지만 괴수 영화 특성상 인간 캐릭터는 별 존재감이 없는 게 대부분이라,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별 볼일 없긴 하다. (그나마 전쟁광 패커드 중령으로 나왔던 사무엘 잭슨은 나름 존재감이 있는 편)
정리하자면 괴수영화 시리즈물의 하나로서 보기에는 꽤 흥미로운 작품일 수 있지만, 연기나 스토리에 기대를 하고 보기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제 평점은요. (이 정도면 볼만한 겁니다.)
- 개인 평점 : ★ 3.0
- 왓챠 평점 : ★ 2.8
<콩: 스컬 아일랜드>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3년도 넘었으니 후속작이 나올 법도 하다. 아니나 다를까 몬스터버스의 3번째 작품이자, 콩 스컬 아일랜드의 후속작으로 <고질라: 킹 오브 몬스터>라는 작품이 2019년에 개봉했다.
우리나라에서는 359,041명이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흥행 참패를 맛봤지만, 월드 박스오피스를 기준으로는 3.8억 달러를 벌어드리면서 제작비(1억 7,000만 달러)의 2배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그만큼 '괴수 영화 = 킹콩 or 고질라' 공식이 전 세계적으로 먹히는 듯. 결국 다가오는 2021년에는 4번째 작품인 대망의 <고질라 vs 콩>이 개봉될 예정이라고 한다. 나도 나름 괴수 매니아지만, 차마 저것까지 보게 될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