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온 가족이 모이는 대명절인 추석에는 재난 영화가 빠질 수는 없는 법. <딥 임팩트>와 <아마겟돈> 이후에 오래간만에 혜성 충돌에 관한 영화가 개봉한 기념으로 이번 추석에는 영화 그린랜드를 보기로 했다.
영화의 첫 시작은 전형적인 재난 영화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불화를 겪고 있는 한 가족을 보여주면서 또 한편으로는 다가올 재난에 대한 암시를 한다. 건설 엔니지어로 일하는 주인공 존 개리티(제라드 버클러)는 어떤 이유로 부인과 별거를 하다가 최근에서야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뭐, 부부 사이에 문제가 될 만한 게 몇 가지 없으니 아마 바람을 피운 게 아닌가 싶었는데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잠시 존의 가족사는 접어두기로 하고.. 조금 뜬금 없지만 갑자기 뉴스에서 커다란 혜성이 지구로 날아온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방송을 연일 해대지만, 또 한편으로는 혜성의 지구 충돌을 대비해서 꼭 필요한 생존자를 모아 벙커로 대피하려는 정부. 당연히 주인공인 존 개리티네 가족이 빠질 수는 없다.
아무리 은밀하게 대피를 진행하려고 해도 결국 눈과 귀가 밝은 이웃사촌들이 알아채지 못할 리가 없다. 설상가상으로 해상으로 떨어질 거라고 예상했던 혜성 파편이 캘리포니아를 강타하면서 전 세계는 비극의 시작을 눈치채게 된다. 이후 살아남기 위해서 서둘러 짐을 싸서 떠나는 우리 제라드 버클러 형님..
그렇지만 역시 이미 도로는 마비되었고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생존자로 선정되지 못한 사람들의 폭동이 일어나는 건 물론이고, 대피용 비행기에 탑승하기 위해서 생존자 팔찌를 뺏으려는 사람들까지. 그것보다 더 충격적이었던 건 주인공 아들인 네이선(로저 데일 플로이드)을 가로채면서까지 살아남으려고 아등바등하는 한 부부였다.
아무튼 이런 저런 우여곡절을 거치며 최종 목적지인 그린랜드 지하벙커로 가려고 하는 존 패러티 가족은 과연 무사히 도착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궁금한 사람은 영화관에서 직접 확인하면 되겠다.
사실 재난 영화의 명작으로 손꼽히는 <아마겟돈>이나 <딥 임팩트>에 비하자면, 재난 장면의 빈도나 임팩트는 낮은 편이다. 앞선 두 영화가 뉴욕을 집어삼기는 해일이나 초토화가 되어버린 도시의 페허 등 구체적이고 적나라한 상황을 많이 연출했다면, 이번 <그린랜드>에서는 생각보다 물리적인 재난 상황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다.
오히려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살아남기 위해서 여정을 떠나는 평범한 가족에게 닥치는 비윤리적이고 폭력적인 상황, 굳이 말하자면 심리적인 재난 상황에 더 포커스를 맞춘 느낌이다. 그래서 임팩트 있는 재난 장면을 기대했던 사람에게는 아쉽겠지만, 반대로 더욱 현실적인 재난 이야기로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거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혜성 충돌까지의 카운트 다운을 48시간으로 한정지었다는 점이다. 아마 1주일이나 1달이었다면 이런 스토리가 많이 지루하게 느껴졌겠지만, 48시간 안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고 벙커에 안전하게 도착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본다.
애초에 엄청난 기대를 가지고 본 건 아니었기 떄문에 꽤 괜찮았던 작품이었고, 무엇보다 길었던 추석 연휴에 가족들과 함께 보기에는 안성맞춤인 영화이지 않았나 싶다. (특히 장인어른 집에서 가족들과 재회했을 때 나누는 대화 속에서 가족의 사랑을 듬뿍 느낄 수 있다.) 함께 개봉한 <국제수사>나 <담보>가 상대적으로 부진을 겪고 있는 시점에 이만하면 아주 잘 만든 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기대치는 충족시켜줄 만하다고 생각한다.
- 개인 평점 : 3.0
- 왓챠 평균 :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