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로운 슬기생활



'엄마를 잃어버렸다...'
'늘 항상 같은 자리에서 기다려주고 반겨줄 것 같은 엄마가 한순간 사라져 버렸다..'

누구나 살다보면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법이다. 
모든 이별은 아픔을 품고 있지만, 가장 아픈 이별은 부모와 자식의 이별이 아닌가 싶다. 물론 나도 잘 모른다. 우리 부모님이 아직 내 곁에 계시니까.. 하지만 헤어질 때가 온다면.. 글쎄..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아직은 자신이 없다. 그만큼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말이겠지..

나랑 가장 가까운 엄마지만, 사실 난 엄마를 잘 알지는 못한다. 
가끔 엄마와 얘기를 하다가 엄마의 옛 추억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그걸로 엄마를 다 이해하고, 안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 나 또한 여기 엄마를 잃은 자식들처럼 엄마를 잘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의 한 구절이 마음에 와 닿는다.

'왜 '엄마'는 원래 '엄마'였다고 생각했을까?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고, '아내'이자, 한 '사람'인데..'



우리 가족은 형, 나, 그리고 여동생, 이렇게 삼남매이다. 
우리엄마는 항상 우리 셋을 챙기기도 바빴다. 아침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자식 셋을 준비시켜 학교에 보냈다. 형과 나는 2살 차이지만 나는 동생과 5살 차이가 난다. 그래서 형이 고등학교에 들어갈 때 난 중학생이었고 동생은 초등학생이었다. 엄마에게 있어서는 12년동안 초등학생을 키우는 셈이었다.

매일같이 자식들을 씻기랴 밥 먹이랴, 엄마는 쉴 틈이 없었다. 
그 당시 우리집은 형편도 그다지 좋지 못해서 엄마는 더욱 힘들어했다. 불쌍한 우리엄마.. 그런 상황에서도 엄마를 쓰러지지 않게 받쳐주는 지지대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우리 삼남매였다.

우리가 사이좋게 놀거나 혹은 간식을 두고 서로 더 먹겠다고 
아웅다웅 다투는 모습은 엄마에게는 그저 사랑스러워 보였을거다. 자식을 배불리 먹이고 싶은 건 비단 우리 엄마만의 마음일까.

시간이 지나 몸집이 커지면서 머리도 커갔다.
나도 '사춘기'라는 걸 겪게 된 것이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즐거웠다. 내 마음은 가족으로부터 멀어졌고, 자연스레 가족을 대하는 태도도 변해갔다. 특히 나를 걱정하고 챙겨주는 엄마의 마음은 귀찮은 잔소리 정도로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엄마에게 자주 화를 냈고, 엄마도 그런 내게 화를 냈다. 
그 때마다 나는 아무렇지 않았지만 엄마의 눈가에서는 눈물이 흘렀다. 철없는 자식 때문에 엄마가 울고 만 것이다. 그래도 난 몰랐다. 엄마가 왜 우는지.. 

생각해보면 그 때 나는 엄마를 곁에 두고도 잃어버린 것 같다. 
내가 엄마를 다시 찾은 건 고등학생이 되었을 즈음이었다. 좋은 학교를 찾아 타지에 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고, 집이 먼 관계로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되었다. 온전히 가족과 떨어진 생활이 시작된 것이었다. 



처음에는 잘 지냈다. 
같이 생활하는 기숙사 친구들이 있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자 결코 충분하지 못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언젠가부터 엄마의 따뜻한 밥과 된장찌개가 떠오르고 가족들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그 때 비로소 나는 다시 엄마를 찾을 수 있었고, 또 조금씩 알아갈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엄마도 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엄마에게도 나와 같이 자식으로 사랑받으며 자란 시절이 있고, 
친구들과 어울려다니던 학창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사랑하는 우리엄마.. 그랬던 당신의 삶이 지금은 누군가의 '엄마'라는 한마디 말로 표현되야 한다니.. 그걸 아는 지금의 나이기에 엄마에게 한없이 고맙고 또 미안하다.

책에 나오는 '박소녀'씨의 가족도 마찬가지이다. 
각자 엄마와의 공유하고 있는 추억들과 이야기는 다르지만 모두 엄마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느끼고 있다. 단지 그들과 나에게 큰 차이가 있다면.. 그건 그들은 엄마를 완전히 잃어버렸고, 나는 엄마를 다시 찾았다는 것이다.

엄마의 넓디 넓은 사랑 속에서 자식은 언제나 죄인이지만, 
그 죄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는 시간이 나에겐 존재한다는 것에 감사히 생각한다. 

남은 시간동안 엄마를 더 잘 알고 사랑해서
엄마를 부탁한다는 그들의 슬픔 외침을 반복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말 대신 이런 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엄마, 내가 엄마를 꼭 지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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