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비로운 슬기생활

 

 

 

이 책은 제목처럼 한 여자의,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한 아내이자 엄마인 주인공의 '홀로서기'를 그려내고 있다.

 

그녀에게 남편과의 이별이란 말도 없이 찾아온 불청객이었다. 하지만 남편에게는 아니었다. 그는 차근차근 그것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고, 반면에 주인공은 아무 준비도 하지 못한 채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결코 당황하지 않았다. 살다보면 한 두번은 겪는 일. 이전처럼 스쳐 지나가는 소나기겠거니 하며 의연하게 행동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그녀 혼자만의 착각이었다. 남편의 진지한 행동에 그녀는 비로소 이전과는 다른 커다란 홍수 속에 갇혀있다는 걸 깨달았고, 이내 곧 자신이 점점 물 속으로 가라앉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자신보다 젊고 아름다운 여인과 새로운 삶을 찾아떠났다. 그들 앞에는 아름답고 행복한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만, 홀로 남은 주인공에게는 끔찍한 악몽이 이제 막 시작되려 한다. 그 악몽은 결코 쉽게 깨지않는 꿈이다. 끝났다 싶은 순간 다시 시작되는 끊임없는 악몽의 수레바퀴이다.

 

그녀에게 남편과의 이별이란 생각보다 엄청난 사건이다. 어린 시절 옆 집에 사는 누군가에게 벌어진 일이 자신에게 일어날 줄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일이다. 더군다나 남편과 이별하게 된 이유는 자신과 남편 사이의 내적인 요소에 의한 것이 아닌 '어떤 여자'라는 외적 요소 때문이다. 그런 사실이 그녀에게 있어 더욱 받아들이기 힘든 사실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충실하게 반응한다. 그녀 역시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넣은 무언가의 압력에 대해 강력히 저항하고자 한다. 주변의 친구들을 통해 남편과 내연녀의 소식과 정보를 알고자 했으며, 그들을 찾기 위해 온 거리를 뒤지고 다녀기도 마다하지 않았다. 나아가 자신을 버리고 간 남편과 그 이유가 된 내연녀를 향해 거침없는 독설과 저주를 퍼부었다. 과연 그녀가 그를 사랑하긴 했던 걸까라는 의문이 들만큼.

 

그러한 그녀의 분노가 엄청나서 책을 읽는 나에게까지 전해질 정도다. 그래서 그런지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했다. 이러한 느낌은 나에게 그녀가 안쓰럽기보단 처절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런점에서 아마도 저자는 이별을 겪지만 꿋꿋이 이겨내고 열심히 살아가는 아름다운 '희곡'보다는 이별한 한 아내이자 엄마의 삶이 얼마나 비참하고 처절한지를 보여주는 '비극'을 그리고자 노력한 것 같다. 작가의 바람대로 그녀의 비참함과 처절함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그대로 내 살결에 전해져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솔직히 말해 엄청난 몰입감이 느껴지는 책도 아니고, 그렇다고 잔잔한 감동이 느껴지는 책은 더욱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나칠 만큼의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놓은 누군가의 삶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현장감'과 책 속의 모든 상황들이 실제로 일어나는 듯한 '생동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고로 나는 이 책을 한마디로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버려진 아내의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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